삼성전자가 대만의 TSMC에 맞서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선두 자리를 노리며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이 과정은 반도체 어항이 불안한 상황에서도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눈길을 끈다. 여러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가 왜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를 확대하는지, 그 배경과 전망을 살펴보자.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즉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TSMC에 크게 뒤진다. 이 시스템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사무용, 자동차용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 기술로 예상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이 도전은 쉽지 않다. TSMC는 오로지 파운드리, 즉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에만 집중하고 있어 기술 개발과 테스트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메모리 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서도 경쟁해야 하는 종합전자회사로, 자원을 분산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노광 공정에서 사용되는 노광기는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접근이 TSMC에 비해 불리하다.
더구나 반도체의 수율, 즉 제품의 양품률이 중요한데,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테스트 생산이 필요하다. 현재 TSMC가 보유한 노광기의 대수는 삼성전자의 그것보다 월등히 많아, 초기 테스트에서부터 불리한 출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에 맞서기 위한 도전은 여러 난관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을 통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더욱 다각화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다.